* 하이큐 / 보쿠아카 - 신세계 AU
목이 칼칼했다. 아카아시는 감기에라도 걸린 것처럼 따끔거리는 제 목을 손등으로 꾸욱 누르다가 지난 밤을 떠올렸다. 그렇게 소리를 질러 댔으니 목이 안아픈 게 더 이상했다.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싸구려 여관방이라 소리를 참기 위해 입술을 꾹 다물었더니 보쿠토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기어이 아카아시의 앙다문 입술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벌려냈다. 그 뒤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목이 아프도록 울고 보쿠토에게 매달리고 정신없이 입을 맞췄다. 희미한 기억의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흩어졌다. 아카아시는 곁에서 잠이 든 보쿠토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려고 했다.
"...어디 가."
분명 자는 줄 알았는데.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손목을 붙잡았다. 막 깨어나서 잠에 취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붙잡는 힘은 약하지 않았다.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다시 제 곁으로 잡아끌어 허리에 팔을 감았다. 보쿠토는 그렇게 닿고도 부족하다는 듯 아카아시에게 바짝 붙었다.
"더 자요."
"어디 가냐고."
"아무데도 안 가요."
보쿠토가 가늘게 눈을 떴다. 아카아시는 물도 마시고 싶고 샤워도 하고 싶었지만 보쿠토가 안겨 있으니 어디에도 갈 수가 없었다.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어깨에 잘근잘근 잇자국을 내고, 허리를 힘 주어 안고 마른 가슴팍에 머리를 기댔다. 보쿠토의 머리카락이 아카아시의 가슴께를 간지럽혔다. 그렇게 안고 닿고 섞였는데도 보쿠토의 손길은 여전히 간절하고 다급했다. 아카아시는 아이에게 하듯 보쿠토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보쿠토 상이 가라고 하기 전까지는 아무데도 안 가요."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떠나려고 했었다. 언제나 보쿠토의 뒤에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서였고, 실은 보쿠토와 정 반대편에 서 있었다. 아카아시가 보쿠토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아카아시는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을 버렸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보쿠토를 잃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나았다. 아카아시가 덤덤하게 말하자 보쿠토의 팔에서 힘이 조금 풀어졌다.
"저 배고파요."
"나가기 싫어."
"피자 시킬까요? 페퍼로니, 치즈 반반하고 콜라 큰 걸로."
벌써 열 두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보쿠토도 배가 고프기는 했는지 그제야 몸을 반쯤 일으켰다.
"큰 걸로 시켜. 나 많이 먹을 거야."
보쿠토의 말에 아카아시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눅눅한 이불 아래로 드러난 보쿠토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아카아시는 찌푸려지는 미간을 애써 감추고는 보쿠토를 욕실로 밀어넣었다. 그 사이 아카아시는 대실 시간을 늘리고 피자를 주문했다. 방 안이 보쿠토가 벗어던진 옷 따위로 어지러웠다. 아카아시는 피투성이에 엉망으로 찢어진 보쿠토의 옷을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그리곤 제 겉옷에 든 핸드폰을 꺼냈다. 부재중 통화가 100통 쯤 와 있는 것을 무시하고 전원을 끈 뒤 역시 쓰레기통에 넣었다. 제복을 입은 제 사진이 박힌 신분증 또한 마찬가지였다. 핸드폰도, 신분증도 이제는 필요없는 것들이었다.
저장을 생활화합시다 (초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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