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큐 / 보쿠아카 - 신세계 AU




  목이 칼칼했다. 아카아시는 감기에라도 걸린 것처럼 따끔거리는 제 목을 손등으로 꾸욱 누르다가 지난 밤을 떠올렸다. 그렇게 소리를 질러 댔으니 목이 안아픈 게 더 이상했다.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싸구려 여관방이라 소리를 참기 위해 입술을 꾹 다물었더니 보쿠토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기어이 아카아시의 앙다문 입술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벌려냈다. 그 뒤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목이 아프도록 울고 보쿠토에게 매달리고 정신없이 입을 맞췄다. 희미한 기억의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흩어졌다. 아카아시는 곁에서 잠이 든 보쿠토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려고 했다. 


"...어디 가."


  분명 자는 줄 알았는데.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손목을 붙잡았다. 막 깨어나서 잠에 취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붙잡는 힘은 약하지 않았다.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다시 제 곁으로 잡아끌어 허리에 팔을 감았다. 보쿠토는 그렇게 닿고도 부족하다는 듯 아카아시에게 바짝 붙었다.


"더 자요."

"어디 가냐고."

"아무데도 안 가요."


  보쿠토가 가늘게 눈을 떴다. 아카아시는 물도 마시고 싶고 샤워도 하고 싶었지만 보쿠토가 안겨 있으니 어디에도 갈 수가 없었다.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어깨에 잘근잘근 잇자국을 내고, 허리를 힘 주어 안고 마른 가슴팍에 머리를 기댔다. 보쿠토의 머리카락이 아카아시의 가슴께를 간지럽혔다. 그렇게 안고 닿고 섞였는데도 보쿠토의 손길은 여전히 간절하고 다급했다. 아카아시는 아이에게 하듯 보쿠토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보쿠토 상이 가라고 하기 전까지는 아무데도 안 가요."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떠나려고 했었다. 언제나 보쿠토의 뒤에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서였고, 실은 보쿠토와 정 반대편에 서 있었다. 아카아시가 보쿠토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아카아시는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을 버렸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보쿠토를 잃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나았다. 아카아시가 덤덤하게 말하자 보쿠토의 팔에서 힘이 조금 풀어졌다. 


"저 배고파요."

"나가기 싫어."

"피자 시킬까요? 페퍼로니, 치즈 반반하고 콜라 큰 걸로."


  벌써 열 두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보쿠토도 배가 고프기는 했는지 그제야 몸을 반쯤 일으켰다. 


"큰 걸로 시켜. 나 많이 먹을 거야."


  보쿠토의 말에 아카아시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눅눅한 이불 아래로 드러난 보쿠토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아카아시는 찌푸려지는 미간을 애써 감추고는 보쿠토를 욕실로 밀어넣었다. 그 사이 아카아시는 대실 시간을 늘리고 피자를 주문했다. 방 안이 보쿠토가 벗어던진 옷 따위로 어지러웠다. 아카아시는 피투성이에 엉망으로 찢어진 보쿠토의 옷을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그리곤 제 겉옷에 든 핸드폰을 꺼냈다. 부재중 통화가 100통 쯤 와 있는 것을 무시하고 전원을 끈 뒤 역시 쓰레기통에 넣었다. 제복을 입은 제 사진이 박힌 신분증 또한 마찬가지였다. 핸드폰도, 신분증도 이제는 필요없는 것들이었다.






저장을 생활화합시다 (초췌

Posted by 모냐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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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름 돋는 소리가 났다. 날카롭기도 하고 둔탁하기도 했다. 상스러운 욕지기, 신음과 숨이 넘어가는 단말마가 섞여 있었다. 보쿠토는 말단들이 한데 엉키는 개싸움에 종종 끼어들고는 했지만 그 때는 어디까지나 재미로였지, 오늘 같은 갑작스러운 습격 때문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매너나 예의나 의리 같은 것은 없었다. 힘을 얻기 위해 다른 자를 끌어내린다. 보쿠토에게 아카아시가 없는 지금이 그를 짓밟고 힘을 뺏을 기회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제게 달려드는 이들을 맨주먹을 휘둘러 떨궈내던 보쿠토는 누군가가 떨어트린 쇠파이프와 각목을 주워들었다. 습격을 예상 못했던 보쿠토라 수적으로는 절대 불리했다. 그럼에도 보쿠토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보쿠토의 얼굴에 광기가 서렸다. 그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이야아. 재밌네. 재밌다. 그치?”

 

보쿠토의 말에 대답할 만큼 여유 있는 자는 없었다. 즐거운 듯 웃고 있었지만 보쿠토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쩐지 어깨 부근이 뜨끈하다 했더니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방금 전 움직일 때 당한 모양이었다. , 또 버리겠네. 아카아시가 있었다면 잔소리를 또 잔뜩 했을 테다. 보쿠토는 이제는 없는 아카아시를 애써 머릿속에서 지워내며 다시 몸을 움직였다.

 

때리고 날리고 베고 부시고, 아무리 움직여도 징그러운 것들은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무슨 바퀴벌레도 아니고. 어느새 그의 곁에 있던 이들은 보이지 않았고 점차 벽이 좁혀져 왔다. 뜨끈했던 어깨는 감각이 없었다. 팔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짜증이 났다. 팔다리가 무거웠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여기서 멈춰봤자 그에게 끝은 한 가지뿐일 터였다. 개싸움하다 죽는 거니까 개죽음. 보쿠토는 이리저리 일그러진 쇠파이프를 고쳐 쥐었다. 그 때 요란한 배기음과 함께 비명 소리가 났다.

 

보쿠토 상!”

 

커다란 오토바이가 큰 소리를 내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보쿠토 주위로 와글와글 모여 있던 것들이 오토바이에 치이고 부딪혀 길이 났다. 그 위에 타고 있는 것은 분명히 아카아시였다. 오토바이 소리에 웅성이는 소리마저 묻혔으나 저를 부르는 목소리는 분명하게 들렸다. 보쿠토 상, 빨리요! 가까이 다가와 급하게 멈춰선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팔을 잡아챘다.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릴 새도 없었다.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제 뒷자리에 태운 채 속도를 높였다. 아카아시는 도로를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아카아시!”

안 들려요.”

 

보쿠토는 겨우 아카아시의 등에 매달렸다. 따지고 싶은 것, 묻고 싶은 것이 많았으나 오토바이가 달리는 소리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토바이가 요란스럽게 차 사이로 달렸다. 아카아시는 몸에 힘을 주고 버티는 보쿠토의 손을 붙잡아 제 허리를 감게 했다. 못본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그 새 야윈 듯 했다. 키 차이는 많이 나지 않았으나 덩치가 차이 나는 두 사람이라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허리를 안자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품 안에 들었다.

 

피를 많이 흘리긴 했는지 정신이 가물가물했다. 얼마나 달렸는지,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도시 외곽에 있는 싸구려 여관이었다. 그 쯤 갔으니 쉽게 따라잡히지는 않을 것이었다. 병원에 가는 것은 오히려 너무 위험했다. 아카아시는 피범벅을 한 보쿠토를 겨우 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눈 좀 떠봐요. 정신 좀 차려 보라고요. ?”

“...왜 왔어?”

 

가물가물한 정신을 붙잡고선 겨우 한다는 소리가 그거였다. 왜 왔어.

 

그게 중요해요?”

 

아카아시는 묵묵히 축 늘어진 보쿠토의 옷을 벗기고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익숙한 상처치료였으나 아카아시가 보쿠토를 떠난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아카아시는 제 이마에 닿던 총구의 감촉을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저를 뒤로 하고 떠나는 보쿠토의 발소리도 기억이 났다. 보쿠토는 겨우 목소리를 냈다. . 왜 왔어? 다시 한 번 물었다.

 

보고 싶어서요.”

뭐가?”

 

아카아시는 대답 없이 보쿠토의 상처 위를 닦아냈다. 보쿠토는 통증에 터져 나오는 신음을 입 안으로 삼켰다. 평소 같았으면 아프다, 살살해라, 푸념이라도 했을 테지만 보쿠토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겨우 잡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아카아시의 얼굴이 바로 보였다. 역시 야위었다. 안 그래도 마른 편인 아카아시였지만 얼굴이 눈에 띄게 수척해진 것이 보였다. 그래도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아카아시가 반가웠고 그런 제가 우스웠다.

 

돌아왔어요. 이제 안 가요.”

무슨...”

안 믿어도 상관없어요. 정말로 아무데도 안 갈 거니까.”

 

아카아시는 보장된 부와 권력을 버렸고 제 과거와 돌아갈 곳도 버렸다. 아카아시가 돌아갈 곳은 결국 보쿠토의 옆이었다. 그걸 뒤늦게, 힘들게 깨달았다. 그래서 평안한 미래보다 위험하고 어두운 그늘을 선택했던 것이다. 치료를 마친 아카아시는 구급약통과 보쿠토의 피로 엉망이 된 물수건을 정리했다.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미워해도 되니까 떠나란 말만 하지 마요.”

 

아카아시의 떨리는 손 끝에 보쿠토의 손이 닿았다. 보쿠토는 힘겹게 손을 들어 올려 아카아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보쿠토의 손이 타는 뜻이 뜨거웠다. 그리고는 그제야 안심한 듯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아카아시는 잠이 든 보쿠토의 곁에서 한참 동안이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제목 뭘로하지 망햇져 :0 

Posted by 모냐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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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아시의 이마에 차가운 총구가 닿았다. 아카아시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마치 여기서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감정이 없었고 보쿠토는 그게 더 거슬렸다. 차라리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빌었으면 비웃어 주기라도 했을 것이다. 아카아시는 싸늘하게 식은 보쿠토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할 말 없어?"

"없어요."


  보쿠토의 오피스텔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나오고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주 오래 못본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틀어지기 전까지는 매일 얼굴을 보던 사이기 때문일 테다. 그날 밤 보쿠토가 온몸에 남겨놓은 멍과 짙은 상처 자국들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지만 아카아시의 감정에 깊게 남아버린 상처는 지워지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릴 것만 같았다. 보쿠토는 아카아시에게 변명을 할 기회를 몇 번이나 주었지만 아카아시는 끝까지 변명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아카아시다웠다.


"걱정마요, 원망 안 할테니까."


  아카아시는 오히려 보쿠토의 망설임을 줄여주려 했다. 보쿠토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철컥. 방아쇠가 당겨졌다. 그러나 총성은 나지 않았다. 애초에 총에 총알은 들어있지 않았고 보쿠토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아카아시를 죽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아카아시가 저를 감쪽같이 속였고 이유를 불문하고 죽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보쿠토 코타로는 아카아시 케이지를 죽일 수 없었다. 


"씨발."


  보쿠토 상은 너무 물러요. 아카아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보쿠토는 빈 총을 땅바닥에 내던지듯 떨어트렸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도망조차 치지 않는 아카아시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니 재밌더냐고, 아무도 모르게 뒷공작을 하니 신나더냐고, 아무것도 모르고 널 믿는 나를 보니 우습더냐고. 할 말은 아주 많았지만 그 어떤 말도 이제 와서는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죽고 싶어?"

"죽는다면 당신의 손으로 죽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병신같은 소리 집어치워."


  이렇게 된 마당에 잘도 저런 태연한 소리를 지껄인다.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뒤로 밀쳤고 중심을 잃은 아카아시는 뒤로 넘어져 버렸다. 꺼지라고 해도, 죽인다고 해도 자꾸만 눈 앞에서 얼쩡거리는 아카아시가 못견디게 거슬렸다. 그리고 제일 맘에 안드는 것은 아카아시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이었다.


"같은 소리 두 번 하게 만들지마. 이번이 마지막이야."


  보쿠토는 쓰러진 아카아시를 내버려 두고 자리를 떠났다. 아카아시는 바닥에 누운 채 보쿠토의 멀어지는 발소리를 숨죽여 들었다. 어쩌면 다시는 듣지 못할, 보쿠토의 발소리라서. 






올만에 보쿠아카 신세계 ㅇ0ㅇ 존나 맘대로 이거썼다 저거썻다 ㅇㅅㅇ)>

Posted by 모냐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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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이 쓰리고 아팠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렸을 때 당연하게도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맨살에 닿는 공기가 차가웠다. 침대는 넓었고 아카아시는 혼자였다. 아카아시에게 남은 것은 지난밤 보쿠토가 남긴 멍자국 뿐이었다.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손목에는 멍자국이 남았다. 몸 곳곳이 울긋불긋 엉망이었다. 아카아시는 한숨 한 번 쉬지 않고 덤덤히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올렸다.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방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옷가지를 주워서 꿰어입기 시작했다. 속옷, 바지, 셔츠, 재킷을 챙겨 입는 동안 심장이 한없이 추락하는 듯 했다. 보쿠토가 이곳에 없는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동안 옷을 다 갖추어 입은 아카아시는 밖으로 나서기 전 잠시 멈춰섰다. 벽면으르 가득 메운 커다란 거울에 제 모습이 보였다. 거친 키스로 입술이 한쪽이 살짝 찢어졌을 뿐, 옷으로 가리니 보쿠토가 남긴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방을 나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보쿠토와 다시 마주한다면 그 때는 정말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눠야 할 것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아카아시는 떠나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실소가 터져나왔다.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에게 빠져버린 제가 너무 멍청하고 우스워서였다. 아카아시는 몇 번이나 되뇌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고. 그들에게 해피엔딩은 없었다. 





감기에 존나 심하게 걸려서 만날 환자돋다가 이제야 다 나앗다 ㅇㅅㅇ)9

짧아서 양심에 찔...리지만... 그냥 쓰는 거에 의의를 두는걸로~ 


Posted by 모냐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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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삑, 삑, 삑, 삑, 삐빅. 숫자 입력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보쿠토의 오피스텔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으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새 새벽 두 시를 넘기고 있었다. 보쿠토 상. 아카아시가 나지막하게 보쿠토를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아마 자고 있는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돌아오는 게 늦기는 했다. 오랜만의 접선이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했고 이동할 때에도 누구에게 뒤를 밟힐까 싶어 일부러 다니지 않던 길로 멀리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보쿠토..."


  아카아시는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얼굴을 굳혔다. 테이블 위에는 빈 술병과 잔이, 소파에는 지친 모습의 보쿠토가, 그리고 소파 아래에는 갈기갈기 찢긴 종이조각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을 앞에 두고서 한참동안 한발짝도 떼지 못했던 아카아시는 느릿느릿 걸어 보쿠토에게로 다가갔다. 술잔과 빈 병을 치우고 종이조각들을 줍는다. 그곳에는 본래 제가 있던 곳과 보쿠토에게 숨겨왔던 것들에 대한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갈가리 찢긴 종이조각들 사이에서 제복을 입은 제 사진이 반토막 난 것을 발견했을 때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이제 숨길 것도 없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보쿠토의 목소리가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아픈 것 같기도, 으르렁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생각보다 일이 늦어져서요."

"어떤 일?"


  보쿠토가 물었으나 아카아시는 대답할 수 없었다. 평소에 보쿠토는 아카아시가 어디에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별로 묻지 않았다. 바쁘다고 하면 그러려니, 일이 있다고 해도 아카아시가 하는 말이니 전부 믿었다. 아카아시는 어느 날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그것이 오늘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보쿠토의 물음에 아카아시가 대답하지 못하자 보쿠토가 다시 물었다. 어떤 일? 아카아시가 침묵하자 일어나 앉은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손목을 콱 붙잡았다. 아카아시가 들고 있던 찢겨진 서류조각들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져 날렸다. 


"그 동안 많이 바빴겠네."

"보쿠토 상."

"뜸들이니까 이렇게 들키잖아. 무른 건 너지, 내가 아니라."

"보쿠토 상!"

"뒤에서 찌르기라도 했어야지."


  보쿠토는 아카아시에게 변명할 틈을 주지 않았다. 보쿠토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아서 그가 화를 겨우 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기회는 몇번이나 있었다. 그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조직 전체를 무너지게 만들 기회가. 그러나 아카아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좀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실은 그렇게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했던 것이다. 병신같게도, 보쿠토 코타로를 좋아하니까. 하지만 그렇게는 죽어도 말할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하셔도 돼요."


  아카아시 케이지는 실패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성과는 없었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에도 이미 늦었다. 보쿠토의 곁에는 더 머무를 수 없을 테고 이 오피스텔을 제대로 걸어나갈 수 있을 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보쿠토가 제게 무슨 짓을 해도 아카아시는 다 받아들이려 했다.


"마음대로?"


  그 말이 거슬렸는지 보쿠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가 뭘 할 줄 알고? 보쿠토가 물었으나 아카아시는 다시 입을 다물고 말았다. 보쿠토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다. 그 때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몸을 우악스럽게 잡아당겼다. 아카아시의 입술에 보쿠토의 입술이 닿았고 아카아시의 입을 열고 보쿠토의 혀가 거칠게 비집고 들어왔다. 거칠고 무서웠다. 강하게 잡힌 팔목보다 가슴께가 더 저렸다. 











호에엣 ㅇ0ㅇ 



Posted by 모냐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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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토는 손가락 세마디 정도가 남아 찰랑대던 술을 제 잔에 전부 부어넣었다. 아껴마시던 술을 모조리 비우고도 성이 차지 않았다. 너무 독해서 다른 것과 섞어마시던 술을 맨입으로 마시고도 술이 쓴지 단지도 구분할 수 없었다. 머리가 어지러웠으나 그럴수록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좀 늦을 것 같아요 먼저 자요]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메시지를 몇 번이나 켰다가 또 껐다가,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돌리기를 반복했다. 몇 번을 그래도 그 뒤로 아카아시의 연락은 더 오지 않았다. 보쿠토는 텅 빈 술잔을 보다 아카아시가 있었다면 잔소리를 했겠다, 싶어 피식 웃었다. 그리곤 이내 얼굴이 굳어진다. 모든 생각의 끝은 아카아시로 이어지고 만다. 


"아카아시. 아카아시-"


아카아시 케이지. 비틀비틀 걸어간 보쿠토가 푹신한 소파에 털썩 몸을 뉘었다. 아카아시의 이름을 연달아 불렀더니 숨이 차올랐다. 아카아시는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자꾸만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들을 지울 길이 없었다. 낮에 본 아카아시의 사진이 머릿속에 어른거렸다. 


앳된 얼굴의 아카아시는 단정한 제복차림이었다. 서류에 적힌 이름은 아카아시 케이지, 본인이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까, 아카아시는 언제까지고 그걸 숨길 생각이었을까. 화가 솟구쳐 오름과 동시에 가슴께가 욱신거렸다. 많은 이들의 두려움의 대상인보쿠토 코타로가 언제 이렇게 약해졌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 와중에도 아카아시가 보고싶은 제 자신이 우스워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보쿠토는 소파에 누운 채 손을 뻗었다. 얇은 종이봉투가 손에 잡혔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보쿠토는 종이 봉투를 북북 찢어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아카아시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저만으로 족했다. 






오늘은 짧다 ㅇㅅㅇ)>

근데 벌써 4 ㅇ0ㅇ 

Posted by 모냐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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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소리조차 내지 않고 조용히 움직이던 검은색 자동차가 갑작스레 멈추어 섰다. 생각에 빠져 빨간 신호등을 보지 못한 아카아시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은 탓이었다. 그제야 정신이 든 아카아시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이마를 짚었다. 죄송합니다. 조수석의 보쿠토는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무슨 일 있어?"


  운전기사를 따로 고용할 수 있었음에도 보쿠토의 차는 항상 아카아시가 운전했다. 보쿠토가 차 안에 아카아시를 제외한 누군가가 있는 것을 불편해 했기 때문에 아카아시가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원래 성격이 꼼꼼하고 침착한 아카아시였기에 오늘의, 아니 요즘의 아카아시는 전혀 그답지 않았다. 생각에 빠져 멍하니 있다가 말을 놓치거나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보쿠토는 아프기라도 한가 싶어 아카아시의 앞머리를 살짝 걷으며 이마에 손을 올렸다. 열은 없는데.


"없어요, 아무 일도."


  아카아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보쿠토의 손을 치워냈다. 보쿠토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몇 번이나 진짜야, 진짜지 하고 묻고, 진짜 예요 하는 대답을 들은 뒤에야 다시 좌석에 편안하게 등을 붙이고 앉았다. 자리가 불편한 것은 아카아시 뿐이었다. 정말이지 보쿠토의 긴장감 없음과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성격은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그 보쿠토를 속이고 있는 것도, 그가 믿고 있는 것도 모두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동차가 보쿠토의 오피스텔 앞에 부드럽게 멈춰섰다. 평소 같았으면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같이 위로 올라갔겠지만 요즘 들어 아카아시는 보쿠토만 오피스텔에 내려둔 채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아졌다. 보쿠토가 졸랐으나 아카아시는 바쁜 일이 있다고 단호하게 끊을 뿐이었다.


"진짜 그냥 가게?"

"일 끝나면 다시 올게요."

"알았어. 우리 아카아시 말 잘 들어야지."


  보쿠토가 장난스럽게 앞으로 손을 다소곳이 모았고 그 모습에 아카아시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카아시의 웃는 얼굴이 만족스러워 보쿠토의 얼굴이 밝아졌다. 보쿠토는 다시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 몸을 쓱 내밀고 아카아시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고 가까이 오게 했다. 그리고 아카아시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아프지마, 아카아시."


  이따 봐. 보쿠토는 멋쩍은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도망치듯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덩그러니 남은 아카아시는 목이 막혀 그 말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카아시는 그런 자신이 혐오스러워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혐오스러운 것이 보쿠토에게 거짓말을 하는 자신인지, 정체성을 잃고 조폭 두목에게 사랑을 느끼는 자신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팠다. 조금, 많이. 



이걸 또 쓰다니 ㅇ0ㅇ 월루~


   

Posted by 모냐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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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씨발. 난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보쿠토가 입안 가득 고인 물을 하고 뱉어내자 시뻘건 핏물이 섞여나왔다. 마지막에 맞은 주먹, 그거 때문에 입안이 찢어진 모양이었다. 대에 머리가 훼까닥 돌아버린 보쿠토는 주먹을 날린 존마니를 끝까지 찾아내 묵사발을 만들어 버렸더랬다.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끝까지 투덜대는 보쿠토의 상처에 약을 발랐다. 이상 놀랍지도 않았다. 이런 한두번도 아니고.


그러니까 존마니들 노는 데는 대체 굳이 나가시냐구요.”

그래도 가끔 이렇게 몸을 움직여줘야지. 자동차에 앉아서 구경만하는게 뭐가 재밌냐?

저는 구경이 훨씬 재밌어요.”


왕년엔, 밑바닥 중에서도 밑바닥, 아주 하찮은 것들이 모여 똘마니 나부랭이들의 추접스러운 전투가 벌어질 때면 보쿠토는 절대 빠지지 않았다. 그런게 제일 재밌다고 했다. 새로 장만한 쌈박한 수트가 더럽혀졌다고 울상을 지으면서도 주먹으로 치고 맞기도 하고 때려눕히는 제일 재밌다나 뭐라나. 계단 계단을 올라 조직의 2인자 타이틀을 달고도 보쿠토는 가끔 이렇게 개싸움에 참전하고는 했다. 역시 저는 현장이 체질이라며.


재킷이나 벗어주세요. 세탁 맡길거니까.”

으악, 이거 새로 건데 조금 묻었네. 지워질까?”

그게 조금이예요? 알아서 버릴 테니까 벗어두세요.”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말대로 옷을 훌렁 벗어서 옆에 대충 던진 손으로 아카아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땡큐. 보쿠토의 단단한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많았다.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여기까지 올라오며 새겨져 버린 상처였다. 욕실 문을 닫고 들어간 보쿠토는 되지 않아 다시 문을 벌컥 열고는 얼굴을 내밀었다.


피자 시켜놔. 반은 페퍼로니 반은 치즈. 콜라 걸로 달라고 . 너도 먹고 가는 거다.”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의사를 묻지도 않았고 아카아시는 그것이 익숙했다. 보쿠토는 이렇게 긴장감이 없다. 내가 지금이라도 샤워실 문을 열고 들어가 몸인 저를 총으로 쏴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아카아시는 항상 품속에 지니고 다니는 권총의 몸통을 손으로 살살 쓸었다. 아카아시는 그런 상상을 수도 없이 했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이유로 십번을 놓친 기회였다. 기회가 왔을 , 제가 보쿠토를 있을까. 또한 익숙한 고민이었음에도 아직까지 답을 내지 못했다. 아카아시는 복잡한 것들은 머릿속에서 쪽으로 치워놓고 핸드폰을 들었다. 여기 피자 주문하려고 하는데요-… 






쿠로켄 짝사랑 얘기 쓸랫는데 갑자기 신세계 얘기 나오고 ost 들었더니 쓰고싶어져서 씀

아마 이어쓸것 같다~ 신세계 잔인한데 설정이 너무 좋아 허윽 너무 조아 

Posted by 모냐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