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오늘도 찾아왔다. 매일 찾아오는 그 시간이었다. 머리가 제멋대로 삐쳐있지만 그것이 도리어 자연스러웠다. 켄마! 하고 부르고선 눈이 마주치면 씨익 웃는다. 그는 올 때마다 손에 군것질거리를 들고 있었다. 음료수일 때도 있었고 과일일 때도 있었으며 쿠키나 파이 같은 달달한 간식일 때도 있었다. 오늘은 케이크였다. 그는 침대 옆 탁자에 케이크를 올려두고 침대에 엉덩이를 붙였다.


"오늘은 밖에 좀 나갔어?"

"아뇨."

"밖에 날씨 좋은데, 좀 걷지 그랬어."


  그가 내 병실에 처음 찾아왔을 때 나는 그에게 물었다. 누구세요.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나 싶더니 이내 씨익 웃었다. 쿠로오 테츠로야. 네 소꿉친구야.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그렇다고 하니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아는 것보다 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내 과거, 현재. 


"같이 나갈까? 걸을래?"

"..."

"귀찮지?"


  내가 대답하지 않았더니 그가 정확히 내 속마음을 읽어냈다. 기억을 잃었는 데도 이런 점은 변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남자는 배구선수라고 했다. 움직이는 것이 싫은 나와는 정반대였다. 그는 나도 배구를 했다고 말해주었다. 처음으로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배구라니, 그런 거 할 리 없잖아. 별로 할 말이 없어 괜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더니 그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어 건넸다.


"이게 뭐예요?"

"네 거야."


  뭔가 전자기기인데, 핸드폰은 아니고. 게임기인가. 내가 그것을 손에 든 채 멀뚱멀뚱 보고만 있자 그가 전원을 켜주었다. 요란한 소리와 알록달록한 화면이 떠올랐다. 전원이 켜졌지만 버튼이 너무 많았다. 그가 게임기를 이리저리 조작하자 세이브파일이 떠올랐다. 1. 코즈메 켄마. 2. 코즈메 켄마. 3. 코즈메 켄마. 내 이름이었다. 전부 내 이름으로 된 파일들이 주루룩 저장되어 있었다. 사고가 난 날 바로 전 날까지의 기록이었다. 


"잘 모르겠으면 처음부터 해. 새 파일 만들어서."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러자 그가 내 옆으로 더 바싹 붙어 앉았다. 그는 내 손에 제 손을 겹쳐 게임기 조작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시작할 땐 세모, 취소할 땐 네모... 모험을 시작하는 용사의 이름을 정해달라는 문장이 화면에 떠오르자 그는 게임기를 가져가 화면을 톡톡 두드렸다. 쿠로오 테츠로. 자기 이름이었다. 어이가 없어 조금 웃었더니 멋쩍은지 그도 따라 웃었다. 


"이제 퇴원할 때까지 안 심심하겠지?"


  게임기 화면 속 용사가 뿅뿅거리는 소리를 내며 걸어다녔다. 용사는 쿠로오라고 하기에 너무 작았다. 실제 남자는 고개를 꺾어 올려다 봐야 할 정도로 키가 컸는데. 키가 크고 다리가 길고 손도 커서, 운동선수는 다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하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병원 생활은 지루하지 않았다. 침대에 앉아 바깥을 내다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밥을 먹고 약을 먹고 또 조금 있으면 쿠로오가 찾아왔다. 그는 내가 정신을 차린 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왔고, 사정이 있는 날에는 내일은 못 온다고 꼭 그 전날 통보를 했다. 그렇게까지 해야할 필요는 없었는데도. 


  맨 처음 내가 뭐라고 이렇게 귀찮을 정도로 신경 써주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친구니까, 하고 대답했다. 그 순간 잠깐 보였던 슬픈 얼굴 때문에 더 캐물을 수가 없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가 그런 얼굴을 하는 것이 싫었다. 고맙다는 소리가 목구멍 밖으로 잘 나오질 않아서 나는 괜히 게임기 속의 용사 쿠로오를 뿅뿅 뛰게 만들었다. 






왜 썼지 ㅇㅅㅇ?

Posted by 모냐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