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티넬버스 주의 




 쿠로오는 아침부터 줄곧 몸을 둥글게 말고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팔에 얼굴을 묻은 채로 몇 시간 째 같은 모습이었다. 이럴 때 쿠로오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었다. 언제나 유들유들 성격 좋은 쿠로오가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 이유는 단 하나였다. 켄마의 부재. 누가 잘못 건드리면 폭발하기라도 할 것 같았다. 가끔 까칠할 때가 있기는 했지만 오늘이 제일 불안정했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쿠로오에게 말을 걸 생각을 못했다. 몸상태가 좋지 않으면 조퇴를 하고 쉬면 될텐데도 쿠로오는 고집스럽게 제 자리를 지켰다.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책상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던 쿠로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교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쿠로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교실 문이 열렸다. 켄마는 타박타박 교실 안으로 들어서선 쿠로오의 앞까지 다가갔다.


"쿠로."


  켄마가 쿠로오의 이름을 불렀다. 켄마는 어찌 된 일인지 상태가 엉망이었다. 한쪽 팔은 붕대로 칭칭 감아 깁스를 했고 입술은 터진 데다 잔상처도 한가득이었다. 쿠로오는 그렇게 기다리던 켄마를 앞에 두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켄마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켄마는 한 걸음 한 걸음 쿠로오에게로 다가가 우뚝 멈춰선 쿠로오를 껴안았다. 


"놀랐지? 괜찮아."

"...다쳐놓고 뭐가 괜찮아."

"다 괜찮아."


  나가자. 켄마는 쿠로오를 다독여 교실 밖으로 나오게 했다. 이 이상한 콤비에게로 모든 시선이 쏟아졌으나 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켄마는 한 팔에 깁스까지 해서 움직이는 게 힘들어 보였는데도 켄마가 쿠로오를 부축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쿠로오의 걸음에 힘이 없었다. 그에 비해 켄마는 몸의 상처들만 빼면 평소와 다를바 없었다. 이 정도가 뭐가 문제냐는 듯, 덤덤했다.


  교실과 복도, 운동장과 교문을 모두 벗어나 바깥까지 나와서야 쿠로오는 조심스럽게 켄마의 멀쩡한 손을 잡았고 켄마는 그에 응하듯 손을 마주 잡아주었다. 켄마가 쿠로오와 눈을 맞추려 올려다보았으나 쿠로오는 엉뚱한 방향을 보고 있었다.


"쿠로, 나 봐."

"미안."

"나 좀 봐."


  켄마는 쿠로오가 제 눈을 쳐다볼 때까지 기다렸고 겨우 쿠로오와 눈을 맞췄다. 불안정한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쿠로가 잘못한 게 아니야. 켄마가 말했으나 쿠로오는 그 말을 부정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다 제 잘못이었다. 켄마가 이렇게 된 것은. 켄마를 다치게 한 것은 사실 처음이 아니었으나 이렇게 크게 다치게 한 것은 처음이라 쿠로오는 겁이 났다. 그러면서도 켄마와 닿고 켄마의 손을 잡으면 주위가 고요하고 평화로워져서 그것에 안도하는 제가 싫었다.


  켄마는 쿠로오의 가이드였다. 가이드가 센티넬 때문에 상처입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은 아니었다. 능력이 강할 수록 컨트롤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쿠로오는 능력이 아주 강하게 나타난 센티넬 중 하나였다. 그 정도 레벨이면 관리 기관으로 넘겨지게 된다고 들었지만 켄마덕에 쿠로오는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켄마와 닿으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거세게 몰려오던 감각들이 가라앉았다. 아주 먼 곳에서부터 전부 생생하게 들리는 소리가 고요해졌고 피부에 닿는 공기, 지나치게 넓은 시야, 그 모든 것들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평화로웠다. 켄마에게는 귀찮은 일일지 모르지만 쿠로오에게 켄마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리고 쿠로오는, 켄마를 다치게 했다. 불안정하게 터져나온 능력 탓에 진정시키려던 켄마를 내동댕이치고 말았떤 것이다. 쿠로오는 켄마의 손을 놓았다. 다시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다른 가이드 찾아본다고? 고집 피우지 마."


  쿠로오가 뭐라고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켄마는 말을 딱 잘랐다. 


"누가 그래도 된대? 쿠로 가이드는 나야."


  켄마는 단호했다. 키도 저보다 한 뼘은 작고 그렇게 말랐으면서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지. 쿠로가 가는 데는 나도 갈 거야. 켄마가 쿠로오의 손을 잡은 채로 말했다. 시끄럽고 어지럽던 주변이 점점 조용해졌다. 


"고마워."

"그거 말고."

"좋아해."

"키스 해줘."


  쿠로오의 고백에 만족한 듯 켄마는 가까이 다가섰다. 쿠로오가 켄마에게 깊게 입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닿고 혀가 섞였다. 쿠로오의 세상은 켄마와 함께일 때 가장 평화로웠다. 

  



~(ㅇㅅㅇ)~

쿠로켄입니다 켄쿠로가 아닙니다 이말을 덧붙여야할 것 같앗다 ㅎㅁㅎ



Posted by 모냐모 :